시골버스

인간애 0 10,426 2009.01.20 18:01
한여름의 시골길을 버스가 달리고 있었다.

먼지로 뒤덮인 버스는 화덕처럼 뜨거웠다.
어람쯤 달리는데 가로수 그늘 밑에서 한 젊은 군인이 손을 들었다.
버스는 그 앞에 멎었다. 군인은 커다란 배낭을 안고 버스 맨 앞좌석에 앉았다.

그런데 버스는 떠나지 않았다.
왜 안 떠나느냐고 승객들이 소리쳤다.

운전수는 “저어기” 하면서 눈으로 창 밖을 가리켰다.
승객들은 모두 운전수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.
멀리서 젊은 여인이 열심히 논둑을 뛰어 오고 있었다.
버스를 향해 손짓까지 하는 폼이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

승객들은 여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개울가로 가서
세수도 하고 바람을 쏘이기도 하였다.
얼마 후 여인이 도착했다. 그러나 여인은 버스에 타지 않았다.
운전수가 빨리 타라고 소리쳤다.

여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맨 앞좌석에 앉은 젊은 군인에게로 가서
창 밖으로 내민 손을 잡고서 “몸 성히 잘 가이소” 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.
젊은 군인도 “걱정 마래이” 하며 여인의 손을 아쉬운 듯 놓지 않았다.
이 광경을 보고 있던 승객들은 너나없이 한바탕 유쾌하게 웃었다.
즐겁고 흐뭇한 웃음이었다.

버스는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여인을 뒤로 남겨둔 채
매미 울음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로수 사이로 멀어져 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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